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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타라소바는 타라소바다.
그리고 일본은 일본이다.
우리는 지금 현재 일본국의 비호를 받으면서도 조애니에게마저 개발리는 마오의 모습을 보고 안도하지만,
이것은 더 큰 위협의 시작일 뿐이다.
우선, 타라소바는 그렇게 비아냥의 대상이 될만큼 녹록한 코치가 아니다.
그녀의 제자들이 따온 동계올림픽 금메달만 9개. 각종 그랑프리나 국제대회에서 따온 메달만 40여 개.
물론 과거에는 구소련의 비호를 받았다지만, 요근래에도 타라소바의 제자들은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단순히 나라를 등에 업은 듣보잡 코치라고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제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야구딘만 해도, 파산직전 상태였던 옐친 러시아 때부터 뛰었던 선수다.
그리고 당시 야구딘의 라이벌은 타국 선수가 아닌 자국의 선수들이었다.(대표적인 예가 플루셴코.)
그만큼 당대 러시아 남싱은 압도적이었다. 소위 '나라빨'이라는 것도 이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다.
야구딘은 코치를 바꾸기 전만 해도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국제, 국내대회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었는데,
타라소바로 코치를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면모를 일신해서 위풍당당한 정복왕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물론 고관절이 작살나면서까지 죽어라고 노력한 야구딘의 열정과 천재성 덕이기는 했지만,
타라소바의 엄격한 조련 덕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세계 피겨인들이 '타라소바, 타라소바'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타라소바는 장기적으로 볼 때 연아양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전 코치는 마오랑 언론의 비위를 맞추느라 마오의 고질적인 오류를 아무것도 수정하지 않았는데,
일단 타라소바는 바닥을 치다 못해 바닥을 파고 있는 마오의 저질 곡 해석능력을 감추기 위해 팔 휘젓는 것도 가르치고,
연아양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염치불구하고 카멜스핀도 쑤셔넣었다.
사실 샷스핀 자세같은거 보면 원래 마오가 스핀을 못하던 선수는 아니니까, 연아양 수준은 아니라도 올림픽 전까지 어설프게는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못 뛰는게 확실한 살코도 억지로 프로그램에 우겨넣었다. 물론 이번 퐁파르에서 추하게 자빠지는 굴욕을 당하기는 했지만, 원래 재능은 있는 선수이니, 타라소바의 엄격한 코치를 받으면 올림픽 전까지는 어느정도 뛸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컨시가 문제겠지만.
그리고 플럿츠 수준을 넘어 NBC 해설자에게 '오우! 원더풀 플립~!'이라는 찬사 아닌 찬사까지 들었던 개안습 럿츠도 어떻게든 중립엣지 수준으로 교정했다.
스파이럴도 예전의 가다 서는 수준은 벗어났고,
다만 트리플 악셀은 워낙에 회전수 채우기에는 힘이 딸리고,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램에서 빼기에는 마땅히 대체할만한 점프도 없다.
게다가 트악은 이미 마오의 상징처럼 되어버려서, 지금 그걸 프로그램에서 뺀다는 건 연아양에게 맞설만한 무기가 없다고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마 트악은 계속 이대로 비비면서 뛰되, 일본의 로비력을 이용해 감점을 줄이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재미있지 않나? 연아양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의 현역시절 별명이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었는데...... 제자의 라이벌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본선수가 비루한 비비기 트악을 장기로 내세우는 걸 보며 오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컨대,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는 2010년까지,
아사다 마오는 현재 연아양에 비해 후달리는 부분들을 '어설프게나마' 교정해갈 수 있다.
(아예 답이 안나오는 토계열 점프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만.....)
그리고 이 '어설프게'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마오가 프로그램상에서, 기술상에서 받는 감점들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일반인 눈에도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의 실수가 나와야 찔끔찔끔 너그럽게 점수를 깎고,
그나마도 총점불변의 원칙에 따라 PCS로 만회시켜주는 관대함.
도무지 할 줄 아는 게 없는 지금도 미미한 감점과 놀라운 가산점이 돋보이는 마당에,
'어설프게나마 교정을 해온' 마오에게 쏟아지는 가산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마 중립엣지로 뛰는 럿츠로 가산점을 받을지도 모른다.
연아양의 유나카멜보다 마오의 어설픈 하딩카멜이 더 많은 가산점을 받을지도 모른다.
체인지 엣지할 때마다 위태롭게 삐걱거리는 스파이럴,
얕은 엣지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미친듯이 팔을 휘젓는 비루한 스텝으로 레벨 4를 수확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게 무서운 것이다.
타라소바도 전문가다.
살코도 못 뛰고, 토계열 점프는 죄다 개발리는 마오의 실상을 모르고 있을 리 없다.
타라소바가 노리는 것은, 바로 마오가 모든 기술요소 및 예술요소를 올림픽 전까지 어설프게나마 구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타라소바에게 있어 마오는 자신이 조련했던 러시아 선수들과 다르다.
기존의 러시아 선수들을 조련할 때 기존의 완성된 기술을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여넣고, 완성도를 높일지 고민했다면,
마오를 조련할 때는 안되는 점프는 처음부터 가르치고, 아예 답이 안나오는 부분은 어떻게든 숨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사다 마오는 타라소바에게 있어 미션 임파서블이다.
다만, 자금실탄 하나만큼은 충분하다.
그리고 타라소바는 남아있는 시간과 남아도는 자금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있다.
일단 마오라는 잘못 빚어진 작품을 뿌리부터 두들겨 패서 고치고,
그래도 제대로 안되는 부분은 돈으로 발라서 감추는 방식.
이것이 경제대국 일본이 러시아인 코치를 데리고 음험하게 짜놓은 계획이다.
모든 기술요소와 예술요소를 어설프게나마 완성시키고, 로비력으로 가산점과 PCS를 타먹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가져가는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연아양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가 캐나다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그냥 캐나다인이 아니라, 피겨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현역 당시의 전설적인 커리어, 이후의 깔끔한 사생활, 뛰어난 아이스쇼 실적과 적극적인 후진양성.
브라이언 오서는 모범적인 피겨인을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도 솔트레이크 때처럼 대놓고 로비질을 하지는 못할 것이며,
오서의 모국인 캐나다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잽머니도 캐나다의 텃세에 밀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놀랍지 않나?
다년간의 로비로 단련된 대국이 고작 갸날픈 소녀 하나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한 개인이 저렇게 찬란할 수 있다니......
그렇게 분투하는 개인에게 국가가 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유일하게 기댈 곳이 부모와 코치 뿐이라니......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슬픈 일이다.
스포츠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