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797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한적한 시골의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허름한 초가집.

늦은 시간이지만 집안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집 앞에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손질된 나무들과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방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나란히 누워 있다.

할아버지는 옛일을 회상하듯 먼 곳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잠에 빠져든 듯 눈을 감고 있다.


할아버지 : 허허.. 그때 기억나오?

내가 할멈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할때..

넥타이를 못매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때..

그 고왔던 손으로 정성스레 넥타이를 매줬었는데..

어렴풋이 생각나는구려..

그 때가 참 좋았지...

할머니 : .....


할아버지는 말을 하고 난 후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다시 말한다.


할아버지 : 허허... 새삼스럽게 그 때일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첫째가 대학교 졸업할때..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때 할멈 우는게 얼마나 서럽던지..

누가 보면 아들 세명 있는 거 다 죽었는 줄 알았을거야..

허허허...

그렇지?


할머니 : .....


할아버지 : 아..그때 기억나오?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시험 준비할때..

당신이 시험 100일전부터 100일 기도한다구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잖소... 허허..

그때 막내가 얼마나 밉던지...

시험치는 날..

당신 잠도 못자고 다음날 눈 밑이 거뭇거뭇해져서

막내 바래다 주지도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어했던지...

막내가 그래서 대학에 붙은게지...

당신 고생 때문에...


할머니 : .....


할아버지 : 허허... 그때가 방금전처럼 생각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다시 말을 잇는다.


할아버지 : 그때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큰딸..

결혼식 날 당신 안 운다고 그러더니 결국 눈물 몇 방울 흘리는거 봤지..

당신 그때 이후로 우는 걸 본적이 없는데..

그때 이후로는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나... 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려있다.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면서 점점 현재까지 오고 있는지

입에는 미소가 보이지만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맺히고 있다.


할아버지 : 작년부터 당신 친구들하고 내 친구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났잖소..

그때부터인가..

당신 머리에도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 같았는데..

친구들 장례식 갈 때마다 당신이 점점 내 손을 꽉 쥐었다는 거 알아요?

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점점 이슬이 맺히 듯 눈물이 많이 고여간다.


할아버지 : 이제 내가 당신의 손을 꽉 쥘 차례구려..

지금까지의 인생길.. 혼자가 아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없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 :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인생길..

떠나가기 전에 꼭 간직하고 떠나줬으면 좋겠구만..

임자.. 잘가시오..

안녕히 잘 가시오..


아무런 말 없던 할머니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미소가 그려지며

할머니의 몸이 잠시 반짝 빛나는 듯 싶더니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잠든 듯 편안한 표정만 남는다.


할아버지 : 고맙구려.. 정말 고마워...

내 금방 따라 갈테니 잊지 말고 기다려 주구려...

할아버지의 왼쪽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륵 굴러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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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 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오


여보 안녕히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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