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아가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솔로몬의 노래”(아가 1,1)라는 구절을 따, 가장 뛰어난 노래를 뜻하는 “쉬르 하쉬림”이라 불렀어요. 또는 줄여서 “솔로몬의 노래”라고도 불렀죠. 이런 작명법은 다른 성서에도 이어졌어요. 그리스어 성서는 “아스마(노래)”라 불렀고, 라틴어 불가타 성서는 “깐띠꿈 깐띠꼬룸(노래 중의 노래)”이라 이름지었어요. 우리 말 성서 이름 “아가”는 중국어 성서 이름 “雅歌”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뜻 역시 ‘지고하고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지요. 아가는 구약성서의 분류 중에 성문서에 들어가지요. 성문서 중에서도 에스델, 룻기, 애가, 전도서 등과 함께 축제 때 읽혀지는 다섯 두루마리(축제 오경)에 속해요. 아가는 6세기부터 파스카 축제 때 봉독되었지요.
누가 언제 썼나요?
아가서는 곳곳에서(1,1; 3,7.9.11; 8,11.12) 솔로몬을 저자로 제시하고 있으나, 문체와 여러 내용을 검토해보면 사실로 볼 수 없어요. 단지 솔로몬이 많은 노래를 지었다는 전승과 지혜와 사랑의 본보기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여 솔로몬을 저자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성서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쓰여졌을 거예요. 몇몇 노래는 솔로몬 시대와 기원전 8세기 왕정시대에 쓰여졌다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바빌론 유배시대 이후에 기록되었어요. 이런 여러 노래들이 한데 모아져 현재와 같은 꼴을 갖춘 것은 대략 기원전 5-3세기경이었답니다. 그러니까 페르시아 시대 말기부터 그리스 시대 초기에 해당되지요.
왜 썼나요?
아가는 여덟 장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퍽 파격적이지요. 아무 선입견 없이 그 책을 읽는 사람은 뛰어난 한 편의 연애시를 읽는 기분일 거예요. 더구나 그 표현들이 상당히 솔직하고 관능적이어서, 어떻게 이런 책이 성서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거예요. 게다가 최근에 와서 중동의 옛 문헌을 발굴하여 읽어본 결과, 아가의 모티브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신화에서 영향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합니다. 즉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겨울을 거쳐 봄이 와 계절의 생산력을 높이는 순환과정을, 담무즈 신을 찾아다니던 이쉬탈 여신이 마침내 그를 찾아 연인이 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사실 아가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옛날부터 줄곧 논의되어 왔답니다. 그래서 아가를 이스라엘의 사랑노래 모음집이나 연애극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메소포타미아처럼 봄을 기리는 제의적 노래가 수용된 것이라고 보기도 해요. 하지만 교회는 아가를 성서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계시 역사 전체와 연관시켜 풀이해요. 아가에서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적인 사랑과 성, 넘치는 생명력을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선물로 인식하는 거죠. 이는 사랑과 성을 신화적인 것으로 보았던 주변 민족들의 성향과 완전히 다른 자세이죠. 나아가 흔히 혼인관계로 표상되던 하느님과 당신 백성간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빗대어 표현한 노래로 보기도 해요. 우리는 이 노래에서 상대에 대한 충실성과 지극한 사랑을 읽으면서 인간 서로간에, 하느님과 인간간에 오가는 사랑의 진실을 여실히 알아볼 수 있답니다.
<새김과 나눔>
사랑하는 상대방(남편, 아내 등)과 하느님께 보내는 사랑의 고백을 글로 적어 보십시오. 그리고 함께 아가를 읽으며 나눠보십시오.
그대 내 사랑(아가 1-8장)
사랑하는 남녀의 대화 형식으로 된 아가를 크게 갈라보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지요.
그대 내 사랑(아가 1,1-2,7)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1,4)
연인(신부)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그의 이름을 높이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남녀는 자연과 여러 동식물, 향내 왕궁 등을 소재로 하여 서로의 아름다움을 기리죠. 사랑에는 서로를 보호하는 힘과 생명력이 있음을 느끼게 하지요.
님을 찾아(아가 2,8-3,5)
신랑은 신부를 어느 동물에 비기는가?(2,14)
사랑하고 있으나 함부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애틋함을 노래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신랑을 찾는 모습과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이 대조를 이루어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연인을 애타게 찾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자신을 투신하는 사랑을 엿볼 수 있어요.
아름다워라, 그대(아가 3,6-5,1)
신랑은 신부를 무엇이라고 고백합니까?(4,12.15)
합창단이 솔로몬 왕의 혼인행렬을 노래하는 가운데, 신랑은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 없는 신부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요. 사랑을 하면 상대방의 결점도 달리 볼 수 있게 되지요. 신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신랑은 그 신부의 생명력을 받아들이고 그 생명의 신비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을 고백한답니다.
내 님은 어디로(아가 5,2-6,3)
신부는 신랑을 레바논의 무엇에 비겨 노래합니까?(5,15)
신부를 찾아온 신랑의 부름에 주저하다가 늦게 문을 열었지만 그 사이에 신랑을 가버리고 말았어요. 뒤쫓아갔지만 찾지 못한 신부는 사랑으로 병들어 예루살렘의 아가씨들에게 자기 님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면서 그 님의 아름다움을 여러 가지로 빗대 노래하지요. 사랑은 인간의 마음대로 얻어지거나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닫게 하지요.
보고픈 님이여(아가 6,4-8,4)
신랑이 다시 등장하여 신부를 보고파 하는 애절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어요. 신부도 역시 자신의 사랑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신랑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어요. 연인간에도 그렇지만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분을 만나고픈 간절한 열망이 필요하답니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아가 8,5-14)
드디어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힘이 있고 새상의 온갖 재물보다도 커서 한없는 기쁨의 삶으로 초대한다고 노래하지요. 사랑하는 남녀는 그 사랑이 참되고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인간의 모든 사랑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만이 참되고 영원할 수 있답니다.
#구약성서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