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개성공단에서 4월 13일 나온 근무자입니다
저는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사람입니다.
4월 13일 오후 2시 입경하였습니다.
그날은 이제 메스컴도 기자들도 반목되는 기사거리에 지쳤는지 식상했는지
도라산에 한명도 안보이더군요.
나오다보니 통일대교 민통선 앞에 카메라가 한대 서있던데
어느 방송사인지 마크는 안보이고... 어느 개인이 찍고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것이 너무 많아
이 곳에 다 적을수 있을지 쓰다보면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지만
* 가족 친지들에게
* 남측 본사 사장님들께
* 정부와 통일부 계신분들께
* 전혀 도움 안되는 공단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분들께
등등 생각나는대로 말씀 드리려 합니다
우선 개성공단에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이 있어
걱정이 많은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것은
뉴스나 티비에 나오는것들과 달리 지나친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먹을것도 없고 라면도 다 떨어져간다 고추장하고 먹었다 하는 내용이 뉴스에 나오더군요.
웃을일 입니다.
북측에서보면 더 웃고 장난하냐고 할 일 입니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식량 북측 사람들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라면??? 창고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물론 평소만큼 골고루 잘 먹지는 못하는게 사실이고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분들은 직접 해먹으려니
귀찮을수도 어려울수도 있지만
먹을게 없어서 굶지는 않습니다.
지난 목요일 모두 문은 닫았지만 공단안에
편의점도 4군대나 문 열고 있었습니다. 필요한것 미리 사다 놓았습니다.
남측에 있는 편의점과 품목 거의 같습니다.
방송국 관계자 여러분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편집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자극적 극단적인 방송은 자제해주시는게 나을듯 합니다.
며칠전 모 방송에 공단 근무자에게 전화거는 내용이 나온후
총국에서 몇군데 알아보고 갔습니다.
어느, 회사누구인데 먹을게 없고 라면도 없느냐고...
몇몇 회사 사장님들은 법인장에게 전화해서
뉴스에보니 차 지붕에 아무것도 안싣고 나오는차들 많던데
왜 우리 물건 안실어보냈느냐고 야단하시고...
아무리 못들어오고 티비에 안나오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처럼 당국자들 처럼
모르지는 않으실터인데 어찌 그러시는지...
물론 답답하고 속상하고 납기 못 마치고 손해보는 그 마음
왜 모르겠습니까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업체마다 전화하고
언제 내보낼지 모르는 물건들 싸들고 나와서
기약없이 대기선에서 기다리고 부탁하는 직원들 모습 상상하고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디서 만나던 이제는 인사가 언제 나가세요?
하나만이라도 실을자리 있습니까?
누구 부탁할때 없을까요?
이게 이제는 그곳의 인사입니다.
서로 똑같이 모두가 같은 인사와 내용을 반복 합니다.
그래도 남아있는 직원들한테 격려는 못하실망정
기운 빠지고 의욕 떨어지는 그런 말씀은 좀 아닌듯 합니다.
어려운 사정 모르지 않지만 조금만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성공단 기업협회 분들!
총국사람들 우리 티비 뉴스 같이 보는것 알고 계시죠?
먹을거리 식량 부식 공급해주러 간다고 하시는것 보다
차라리 가스가 얼마 안남았으니 가스 공급이라도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량도 문제지만 지금 더 급한것은 난방이 아닐까요?
물론 아껴쓰고 있지만 산단공이나 누리미는 여러사람들이 있는데
잠이라도 따듯하게 자고 씻는거라도 따듯하게 하는것도
중요할듯 합니다. 만약의 경우 누리미에서 모두 함께 지내는걸로 되어있습니다.
창고에 숙소에 아직 먹을거리 있는거 총국에서 알고 있는데
먹을거 갖고 가야겠다면 어쩌면
총국에서는 뭐 고기반찬이라도 갖고오겠다는거냐고
아직 정신 못차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가족들께...
그동안 회사의 사정으로 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미 나오신분들도 많고 아직은 남아있는분들도 많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분들의 마음은...
애국심 애사심은 꺼내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가족과 정부 당국자 여러분!
지금도 그곳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초창기부터 계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 서로 낯설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여놓고 북측 근로자들과 마주하며
가족들보다 더 오랜시간을 생활해온 분들 입니다.
몇년간의 피와 땀이 스며있는 공간 입니다.
자기 자식이 아파서 생과사를 넘나드는데
내가 의사도 아니고 치료를 할수도 없지만
그 곁에서 눈물로 간절함으로 밤을 지새우는 부모의 심정 입니다.
많은분들이 말씀 하십니다.
개성공단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북측의 외화벌이일 뿐이다
정권유지와 핵개발에만 이용된다고...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가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가장 바라는게 누구라 생각하시나요???
전 감히 말씀 드립니다.
정상출근 정상적 생활을 바라는 가장 간절한 사람들은
대 놓고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북측 근로자라고 말 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겁이 납니다.
혹 메스컴에서 보고 이걸 또 떠벌일까봐 겁이 납니다.
그러면 북측에서는 아예 출근을 안시키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도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많이 나왔으니 아실겁니다.
개성공단이 북측 주민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니
초코파이 라면 등등...
그분들 그동안 근무하면서 초코파이 노보용품 월급 등등
요구조건들이 많이 늘었던것도 사실이고.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출근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별 생각없이 퇴근했다가 당한 일이라
그분들 자리에 가보면 아직 가져가지 못한 초코파이 라면 개인용품들
대부분 그냥 남아있습니다.
여러분~
북측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 출근하지 못하는 동안
무엇을 할것 같습니까?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생각을 할것 같습니까?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번에 상황이 잘 마무리되고 다시 출근하게 되면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문제가 될때
누가 가장 싫어하고 누가 가장 두려워 할까요?
이것이 게성공단의 그동안의 결실이고 앞으로도 유지 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북한땅에 더 공단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 당국자 여러분께 부탁 드립니다.
통일 시대를 이야기 할때마다 통일 비용을 걱정합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의 손해와 앞으로 공단을 더 확장하고 늘리는 비용이
과연 우리가 걱정하는 통일비용만큼 들어 갈까요?
모두 정부에서 부담하고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건 아니잖습니까?
다시 부탁 드리며 한마디 더 말씀 드립니다.
이번 출경이 금지되고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못하게 되면서
하루에 세번씩 긴급회의에 참석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느꼈을까요?
많은 것중 하나는 정부나 관리위원회에서 아무런 시나리오나 대응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걸 느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은 북측에 회사의 경비를 요청했고 그들이 나와서
아직도 교대로 근무를 서고 지켜주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개성공단의 현실이고 우리의 마음 입니다.
예전에는 주말이되면 잘다녀오라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녀오겠다고 잘 쉬고오라고 웃으며 인사를 했었습니다.
남과북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데 이제는 불과 며칠전 부터는 달라졌습니다.
북측 사람들과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시요 곧 만나게 되겠죠? 라고 서로 인사합니다.
더 이상의 표현은 못하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또 인사를 합니다.
남측 사람들과는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왔습니다.
"먼저 나가게되서 죄송 합니다"
......